솔직해질 용기
손현록
글. 정윤희 작가 / 사진. 스톤김 작가
야, 나 쌤이랑 잤어.
야, 뭐라고 한 거야?
쌤이랑 잤다고.
뭔 쌤.
과외.
아... 씨... 언제? 아니, 너 나 좋아하긴 했냐?
어.
근데 그런다고!
상관없잖아! 니가 먼저 그랬잖아.
야, 난, 난 그래도 안 잤어.
손현록 감독님의 영화 <그 여름날의 거짓말>의 한 장면입니다. 열일곱 다영이와 병훈이는 한 여름날 그렇게 사랑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습니다. 십 대 소년, 소녀의 물불 안 가리는 행동에 당황하다가도 톡톡 쏘아붙이는 말투가 재밌어서, 시사회장의 객석에서는 키득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아직 세상을 다 모를 수는 있어도 사랑에서만큼은 진지한 이들입니다. 저 대화 속에서 알 수 있듯이 다영이는 좀 무모한 선택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자신을 떠났던 병훈이의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다영이와 병훈이는 그 여름 자신의 감정에, 그리고 서로에게 충실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어른들의 통제는 무시무시했죠.
저는 다영이라는 캐릭터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다영이는 솔직하고 용기 있고 주도적이에요.
우리 어른들이 그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손현록)
손현록 감독님은 이 나이 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느라 잘 표현하지 못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최근 십 대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겁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만의 세계와 에너지를 접하고 깜짝 놀랄 때가 많았습니다.
이 영화 바로 전에는 <졍서, 졍서>라는 영화를 찍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조영서라는 십 대 소녀가 등장합니다. 유학을 목표로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독서실의 좁은 공간에서 남모르게 인터넷 방송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방송에 신상이 노출되면서 영서는 장래에 위기를 겪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자신을 예쁘다고 해주고 자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설렙니다. 이 두 작품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손현록 감독님의 일부와도 같습니다. 그전에는 자신과 또래인 남자 캐릭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이제는 여성 캐릭터를 쓸 때 오히려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 여름날의 거짓말>은 손현록 감독님의 졸업작품입니다. 학교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다신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교수님을 어렵게 설득해가며 단편이 아닌 장편영화로 밀어붙여서 찍었고, 올여름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성북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새 영화 <새>의 제작에 들어갑니다. 미스터리 재난 판타지라는 장르에 처음 도전하면서, 한 번 더 편견과 억압을 극복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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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지원
손현록영화감독이며 각본, 제작, 편집을 직접 하고 있다. 2023년 첫 장편영화 <그 여름날의 거짓말>은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고, 2022년 <졍서, 졍서>는 충무로 감독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었다. 2021년 <분리수거일>은 대한민국패럴스마트폰영화제에서 입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