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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독립출판

성장의 감각

이소

글. 정윤희 작가  /  사진. 스톤김 작가

웹툰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이소 님은 최근 색연필로 그림을 그립니다. 물감도 가끔 쓰지만 휴대가 편하고 그림을 그릴 때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색연필에 더 자주 손이 갑니다. 색연필의 다정한 터치는 높은 산과 넓은 바다도 포근한 솜털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색연필로 그릴 때에는 과감하게 색을 선택할 때가 있습니다. 산의 물그림자는 보랏빛으로, 햇빛의 물그림자는 레모네이드 빛깔로 칠합니다. 여러 가지 색을 겹쳐 칠할 때도 있습니다. 물감처럼 완전히 섞이지 않기에, 고유의 색은 여러 겹의 터치 속에서도 살아 숨 쉽니다.


이소 작가님은 손그림을 통해 세상과 사물에 대해서 좀 더 다양하게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디지털 그림은 평면의 모니터 안에서 이루어지잖아요.
그런데 색연필과 종이의 질감을 느끼면서 자유롭게 그리다 보면 제 안의 감각이 활발해져요.
(이소)

그래서 손그림은 창작자로서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창작의 밑거름을 풍요롭게 채워 줍니다.

<여름의 기억>은 연재했던 만화를 엮어서 만든 독립출판물입니다. 주인공이 친구와 함께 속초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디지털 그림이지만 리소인쇄** 하여 옛날 만화책 느낌이 듭니다.
오랜 연인과 이별한 후 다시 찾은 속초는 때로는 새롭고 때로는 예전 그대로입니다. 불쑥불쑥 옛 추억이 떠오르는 가운데 지금 내 곁에 있는 친구는 속초에서의 또 다른 추억의 순간들을 주인공에게 선물합니다.

**실크스크린의 인쇄 원리를 디지털 인쇄기에 적용한 방식. 선명한 발색과 망점이 보이는 독특한 질감 때문에 아날로그 감성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나의 흔들림이 혹시 반짝임일 수 있을까.”
(이소 작가님의 웹툰 제목)

<여름의 기억>은 작가님의 삶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상처받고, 두려웠지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실의 아픔을 굳이 견디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천천히 지나가도록 놔두었습니다.

<여름의 기억>은 이소 작가님이 처음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시도한 책입니다. 실제 작가님이 친구와 여행하며 겪었던 이야기를 플롯으로 삼되, 두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외모에 변형을 주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창작의 경험치를 확장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물은 간결하지만 따뜻하게 그려졌습니다. 혼자서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그림체를 고민하다가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올해 새로운 책이 한 권 더 나옵니다. 이번에는 목포를 여행하는 이야기이고 성북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될 예정입니다. 작가로서, 프리랜서로서 여전히 마음속에 두려움이 한가득이지만, 친구들과 독자들의 격려에 힘입어 또 한 걸음 나아갈 생각입니다.

  • 제작지원
    이소

    콘텐츠 제작 프리랜서이자 웹툰 작가,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생활 검도인이기도 한 그는 검도 수련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인스타그램에서 글과 그림을 올린다. 같은 소재로 <검도>, <매일 수련 마음 단단>이라는 책을 냈다. 2024년에는 시민단체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에서 주최한 여성의 날 인스타툰 공모전에 당선되기도 했다.